일상이야기

뒷통수 얻어맞다/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10. 30. 16:46

 

 

출근하자마자 순찰 한바퀴 빙 돌고, 감지기를 2초소에 인계했다. 하루일과는 그렇게 순찰로부터 시작된다.엉망진창인 쓰레기장 정리하고 초소에 들어와 난로피어놓고 몸을 녹인다.

새벽 집나설 때 집사람이 도시락보따리에 함께 끼어넣은 탁구공만한 귤 몇개 까먹으며 민생고 해결하려고 고구마 다섯개를 난로위에 얹어놓는다. 십여 분쯤 지나면 먹기좋게 따끈따끈해질것이다.

 

직원회의 때, 난로를 꺼지않고 퇴근한 초소가 있다는 말이 나왔다. 퇴근시엔 안전점검 잘하라는 소장 지시가 떨어졌다.

기전실 담당자는 경비원 퇴근후에 각동 초소를 한바퀴 돌아보라는 동회장 지시가 있었다고 소장이 전했다.

할말이 없었다. 난로 안 꺼고 퇴근한 초소가 우리 초소이기 때문이다. 그 당사자가 나였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 2초소 근무자 정 주사 대근할 때 감지기 전해주려 1초소에 들렸더니 강 선배가 말했다. 동한씨 어제 난로 꺼지않고 퇴근했다고.

물론 아침에 출근해보니 난로가 켜져 있었기에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반드시 퇴근시에 보안점검은 철저히 하는데 그날따라 소흘했던모양이었다.

"실수할 수도 있지 뭐!" 강 선배가 말했다. 멀쓱이 듣고만 있었다.

여름이면 강 선배는 창문을 열어놓고 퇴근을 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계속 그랬다. 여름 소나기라도 내리는 날엔 비가 풍쳐 들어오기도 했다.

난로 않 꺼고 퇴근한 나는 실수였지만 창문 열어놓고 퇴근한 강 선배는 분명 고의였다.

경비일지를 기록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주말이면 접어놓고 메모 몇자 남기면 되지만 주중에는 난감했다. 어떨 때는 연 삼일을 그럴 때도 있었다.

자신에겐 관대하면서 남의 실수는 엄격한 사람! 글쎄다.

 

병원에 강 선배 큰 아들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병원비에 보태써라고 작지만 5만 원을 건네 줬다. 문병객 접대하라고 박카스도 두어 박스 사주기도 했다. 반대급부를 바라지 않은 동료로서의 증표였다.

 

난로 안꺼고 퇴근했던 것을 동회장이, 소장이, 어떻게 알았을까?

사내는 입이 무거워야 하느니. 입이 가벼우면 사내소리 못 듣고 신뢰를 잃느니.

 

직원회의 마치고 외곽도로와 아파트마당 구석구석에, 지하주차장에, 쌓인 낙엽을 스륵스륵 쓸었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쓰레기장 쓰레기를 또 정리했다. 배가고파왔다. 거지반 일마치고 폰의 시계를 들여다보았더니 열두시 반이었다.

세시간 십여 분을 쉬지않고 일했지만 기분은 떨떠럼했다. 땀흘리고 일하고 나면 성취감으로 인해 기분은 좋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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