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아홉시, 퇴근시간이 한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쓰레기장을 정리하고 107동 끝머리에 있는 철망앞으로 다가간다. 시집간 딸아이가 살고있는 부영아파트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바라보기 위해서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딸아이도 학원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어디로 놀러나갔다해도 이시간쯤엔 돌아와서 집에 있을 것이다.
우리 딸은 학원강사다.
부영아파트에서 새어나오는 불빛, 주황빛 불빛을 바라보며 딸아이를 생각한다.
애비를 꼭 빼다꼽아서 성정이 급하고, 아닌 것은 못 참고, 정에 한없이 약한 딸아이를 떠올리며 빙그레 웃어본다.
경상도사투리, '빼다꼽았다'를 표준말로 직역하면 '빼닮았다'이다.
사십대 중후반이었던 시절, 딸아이가 보고픈 날이면 딸아이가 다니던 학교 선영여고를 찾아가곤 했다. 여고일학년때, 딸아이는 기숙사 생활을 했었다.
자전거를 끌고 남간재를 넘어 술바위를 지나, 들국화가 피어난 굽잇길에 멈춰서서 학교를 바라보며, '저 안에 우리 딸, 선아가 있겠거니' 하며 빙그레 웃다가 돌아오곤했다.
아버자는 딸아이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그것은 뉘집 아버지고 마찬가지다. 딸아이는 애비에게는 애물단지이기 때문이다.
해서, 나도 시집간 딸아이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날 꼭 빼닮은 딸아이를 생각하며 빙그레 웃으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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