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장터에서 시작된
달빛에 묻어묻어
들판 어디선가 뭉쳐진 바람의 안부가
왔다
한 이틀만 앓고 온다던 시래기 장수
마지막으로 뱉아낸 말을
바람의 방향은 알아챈 눈치다
장독대 흰 고무신 한켤레마저
오늘을 멈추어 서서
숨죽인 긴박한 시간
가만히 물고 있다
동전 세잎 사자밥
입한번 떼지않고 속절없이 가는 인연
바람이 휘적휘적 배웅을 해보는데
요염떨며 말려지던
생을 다 한 부스러기
목구멍아래 눌려놓은 울음처럼
앙상하게 떨어지고
수명을 다 한 흔적은 바람이 또
몰고간다
'김희영 시인의 시, 「낙화」전문'
제12회 지훈백일장 대상작에 선정된 김희영 시인의 시 '낙화'다.
김희영 시인은 이 시로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시 '낙화'는 제목부터 심상찮다.
한 인간의 생이 소멸되어 육신으로부터 혼이 이탈하는 순간을 낙화로 은유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살아가면서 부대끼는 온갖 근심걱정도, 병고도 모두다 삶의 한 조각인 것이다.
동전 세잎 사자밥 물고 낙화되어 이승을 떠나는 순간부터 인간은 또 다른 세상을 탐닉하는 것이리라.
흰 고무신 한켤레 놓여있는 장독대에 피어난 빨간 봉숭아 추억속에 떠올리면서 또 다른 세계를 탐닉할 것이리라.
김희영 시인의 시는 음유적(吟遊的)이다.
그녀의 시에서는 화려한 수사법(修辭法)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조용히 아주 조용히, 내면의 세계를 그려내는 시인, 김희영은 그런 시인이다.
사물을 관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을 때, 시인은 시인다워지는 것이다.
절대로 그럴리야 없겠지만 초심만 잃지 않는다면,
걷다보면 살다보면 닥쳐오기도 하는 이런저런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을 한다면,
김희영의 문학인생은 탄탄대로가 이어질 것이다.
김희영 시인은 영주문예대학7기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자랑스러운 후배글쟁이 중의 한 사람이다.
솔직히 말해 김희영 같은 시인의 앞에서면 시인이란 게 부끄러워진다.
맘도 몸도 참으로 고운 김희영 시인의 다음 대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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