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엔 자기전에 막걸리 한잔했다.
말이 한잔이지 거의 한사발이다.
추석때 제주로 쓰고 남은 막걸리가 남아있기에 한 잔 마시고 잤다.
한잔의 술은 낭만이다.
한잔의 술잔속엔, 술마시면 난리가 뒤집어지는 시집간 딸아이의 얼굴이 녹아있다. 딸아이는 목숨 떨어질때까지 가슴에 품고 살아가야할 애물단지다.
"술 드시지 말구요!" 라고 훈육하는 아산병원 김 교수의 목소리도 녹아있다. 바리톤 음색인 김 교수의 목소리는 언제들어도 푸근하다.
한잔의 술은 추억이다.
술이 약한 나는 막걸리 한사발이면 취한다. 그렇다고 인사불성이 될 정도는 아니다.
한잔술 막걸리에 취하면 옛 친구가 보인다.
젊은 날, 술에 떨어졌을 때 두번이나 날 업어서 집에 데려다준 고마운 친구 능제가 보인다. 그친군 외국이민갔다고 했다. 10여 년 전, 그 친구가 생각나서 수소문해보았더니 이민갔다고 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느 해 가을 우주선 타고 별나라로 떠난 병호친구도 보이고, 수년 전에 지병으로 생을마감한 병우친구도 보인다.
병우는 참 고마운 친구였다.
공무원 일찍 집어치운 나는 연금을 못 받는다. 그런 나를 멀리 고향 문경에서 찾아와 밥사주고 술사주고, 차에 태우고 이곳저곳으로 놀러까지 데리고 다닌 그친군 분명 고마운 친구였다.
그친군 문경 점촌에 살았고 스물아홉에 고향떠나온 나는 지금껏 영주에 살아가고있다.
한잔의 술은 이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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