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鄕愁)/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9. 10. 20:49

 

 

희야,

이 가을밤

고향집 부뚜막엔 귀또리 울겠다

오누이 귀또리

귀뚤 귀똘 울겠다

 

헐렁한 핫바지에

밤색 저고리 받혀 입은

어리숙한 오래비귀또리가

"귀뚜루귀뚜루!"

어눌하게 울면

 

눈망울 초롱초롱,

삼단같은 머리에

진자줏빛갑사댕기 곱게 물린

아릿다운 누이가

"오빠아!

그렇게 울면 엄마에게 야단맞아 나처럼 이렇게 울어봐"

 

"귀또로로 귀또로로 울 엄마, 뀌또로로"

 

희야!

내일밤 야삼경에

너는 한양에서

나는 영주에서

양어깨에 날개 달고

훨훨 훨훨 날고날아

산 넘고 강 건너

목고개서 만나

서로얼싸안고 고향 새터에 가자구나

내일밤도 귀또린 밤새워 울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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