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6/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8. 18. 20:17

 

 

 

안됐수

참 안됐수

사람 그렇게

푹푹 삶아놓더니만

참 안됐수

 

귀뚜라미 등에 업혀

스리슬쩍 다가오는

가을에게 자리 내어주고

슬금슬금 달아나는

그대의 몰골이 참 안됐수

 

그러나 고맙수

억수같이 퍼붓던 소나기 그치던 날,

동쪽 하늘에

보남파초노주빨

일곱색깔

무지개

곱게 걸어줘서

 

여덟살배기

우리집 떼쟁이

둘째 손녀딸 볼따구니에

통통하게 살오르게

해줘서

정말 고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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