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彼岸)의 언덕/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7. 15. 07:58

 

우유썩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음식물쓰레기통을 열면

시궁창 냄새보다 더 역겹


토요일 오후,

쏟아져 나온 파지를 정리한다

해도해도 출구가 안 보인다

땀에 절은 옷이 몸에 착착 달라붙는다

태양의 열기가 무섭다

"해님! 요런 날은 좀 못본척 하면 안돼겠수?"

 

더위를 피해

707동 3, 4라인 현관앞으로 도망친다

우선, 살고볼 일이다

이곳은 음지다

엉덩이 깔고 계단에 주절머리 앉는다

한줄기 바람 불어온다

그 옛날, 어머니가 부쳐주는 부채바람이다

슬기엄마가 지나가다 자유시간 몇알을 손에 쥐어준다

"아저씨, 이것 드시면 좀 나을 거예요!"

 

하얀 백합꽃 피어났다

향기 참 그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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