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지정리하다가
피곤하여 파지상자에 늘브르져 앉았다
한해 두해 세월이 가고
한 살 두 살 나이를 더 먹고
일흔에 귀 두개가 붙어버리자
몸이 약한 나는
경비일도 힘들어졌다
앞동네 어느 집에서 피아노소리가 들려온다
한줄기 바람이 불어온다
눈을 감는다
바람등타고 훨훨 날아 고향찾아 나선다
예천 상공을 지나고
문경 점촌 영순 앞 영강을 건너고
또, 진남교를 건너고
구랑리를 지난 바람아줌마는
목고개마루에
날 내려놓으며
"회포풀고 오시구려!"
한마디 해버리고
"휘익" 왔던 길로 되돌아가버린다
한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정은 두고 몸만가니 눈물이 난다
가은장을 다녀오시는 아버지가
막걸리 두어사발에 취해
창가락 흥얼거리며 올라오시다
어린 아들을 보고
"우리 부뜰이 애비 마중나왔구나. 옛다 이거 먹어라!"
눈깔사탕 몇 알을 손바닥에 쥐어주신다
눈깔사탕이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달다 꿀처럼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