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7. 5. 13:29

 

 

 

파지정리하다가

피곤하여 파지상자에 늘브르져 앉았다

한해 두해 세월이 가고

한 살 두 살 나이를 더 먹고

일흔에 귀 두개가 붙어버리자

몸이 약한 나는

경비일도 힘들어졌다

 

앞동네 어느 집에서 피아노소리가 들려온다

한줄기 바람이 불어온다

눈을 감는다

바람등타고 훨훨 날아 고향찾아 나선다

 

예천 상공을 지나고

문경 점촌 영순 앞 영강을 건너고

또, 진남교를 건너고

구랑리를 지난 바람아줌마는

목고개마루에

날 내려놓으며

"회포풀고 오시구려!"

한마디 해버리고

"휘익" 왔던 길로 되돌아가버린다

 

한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정은 두고 몸만가니 눈물이 난다

가은장을 다녀오시는 아버지가

막걸리 두어사발에 취해

창가락 흥얼거리며 올라오시다

어린 아들을 보고

"우리 부뜰이 애비 마중나왔구나. 옛다 이거 먹어라!"

눈깔사탕 몇 알을 손바닥에 쥐어주신다

눈깔사탕이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달다 꿀처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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