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6. 26. 17:18

 

그 옛날

초등학교3학년 때

목고개마루에서 만났던 도깨비는

머리에 뿔이 달린

일본도깨비는 아니었다

딴엔

조선땅에 산다고

조선옷을 입고 있던

이 땅의 도깨비였다


덜 떨어진

도깨비는 멍청하게

지게를 거꾸러지고 있었다

그래도

도깨비인지라

기겁을 하고 도망을 쳤다

 

오늘같이

부슬부슬

비내리는 저녁이면

그 옛날

목고개마루에서 만났던

그 멍청한 도깨비가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사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하나라고 해도

크다란 입 헤헤 벌리고

씨익 웃어버리는

멍청한 도깨비이기 때문이다

도깨비가 날 닮았을까

아니지 내가 도깨비 닮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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