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초등학교3학년 때
목고개마루에서 만났던 도깨비는
머리에 뿔이 달린
일본도깨비는 아니었다
딴엔
조선땅에 산다고
조선옷을 입고 있던
이 땅의 도깨비였다
그
덜 떨어진
도깨비는 멍청하게
지게를 거꾸러지고 있었다
그래도
도깨비인지라
난
기겁을 하고 도망을 쳤다
오늘같이
부슬부슬
비내리는 저녁이면
그 옛날
목고개마루에서 만났던
그 멍청한 도깨비가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사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하나라고 해도
크다란 입 헤헤 벌리고
씨익 웃어버리는
멍청한 도깨비이기 때문이다
도깨비가 날 닮았을까
아니지 내가 도깨비 닮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