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집사람3/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6. 7. 12:39

 

 

 

아침밥 먹으려고 식탁에 앉았더니 벌써 나왔냐고 집사람이 구박한다.

나이들고부터 집사람 유세가 다락같다. 하루 밥 세끼 끓여먹는 공치사가 기고만장하다. 걸핏하면 목소리가 높아진다.

정도가 심한 듯 하면 "깩!" 소리를 질러대지만 그러면 쌈하자고 덤빈다.

싸우면 남편인 내가 밀린다. 부부간의 다툼은 논리고 뭐고 적용되지 않는다. 억지쓰고 떼쓰는 쪽이 이긴다. 그런 형편인지라 싸움이 붙었다하면 십중팔구는 내가 진다.

젊은 시절엔 그렇지 않았다. 나이들고부터 힘의 군형이 집사람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우리 집만이 아닌 나이든 노인네가 살아가는 집 대부분이 그렇다는 얘기다. 그래야 집이 조용하기 때문이다.

'내참 더러버서!'

그렇게 궁시렁거리며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아내가 있기에, 아내가 있어 집을 굳건히 지키기에, 난 오늘도 반건달 노릇을 할 수있다.

서푼짜리일망정 시를, 수필을, 소설을 쓰며 문인으로서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가물에 콩나듯이 소액의 고료를 받을 때, 전액 집사람의 주름잡힌 손바닥에 쥐어준다.

하늘이 참 맑다. 점심때가 다 됐다. 밥 한술 먹고 학유정에 장보러 가야겠다.

일찍 가야 목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다.

악당들 기다려라. 조선천지에서 고스톱 제일 잘치는 문경아제가 곧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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