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을 막론하고 같이 사는 남정네가 건달이면 안사람은 고생이다.
건달은 집안을 돌보지 않기 때문이다. 밥숟가락 놓기바쁘게 바깥으로 줄행랑을 치기 때문이다.
해서, 남정네가 건달인 집은 집안대소사를 안사람이 꾸려나가야한다.
정년퇴직을 하고부터 나도 건달이 돼버렸다. 동가식서가숙하는 정도는 아나지만 점심먹기 바쁘게 바깥으로 치닫는다. 그렇게 살아온지가 올해로 꼭 13년째다.
아파트경비원이기에 이틀에 하루씩 출근은 성실히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나절엔 집사람 잔소리가 워낙 심해서 마지못해 커다란 화분에 고추모 여남 포기를 심었다. 뒷정리까지 하느라고 땀꽤나 뺐다.
허리가 안 좋은 집사람은 입만 나불대지 일에는 조금도 도움이 안됀다.
그래도 하루세끼 밥이라도 끓여주는 집사람은 내겐 아주 소중한 사람이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곁에 잔소리하는 아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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