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픽션

추석날 가을풍광/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10. 4. 12:28

 

 

 

 

 

 

 

 

 

 

 

 

 

 

 

 

차례를 지내고 바람쐬러 바깥에 나가보았다. 골목 곳곳엔 우리처럼 차례를 지낸 이웃들이 가족과 이별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 올라갈게요."

"오냐! 차 천천히 몰고 조심해서 가거라."

머리가 하얗게 센 어머니 눈에는 쉰이 넘은 듯한 아들이 어린아이로 보이는 모양이다.

"형님, 형수님! 가보겠습니다."

"그래, 근무 잘 하고, 가끔 전화하고."

"아주버님, 형님. 고생하셨어요. 올라가서 곧바로 전화 드릴게요."

명절의 뒤안길은 그렇게 이별의 장면들로 이어지고 있었다. 재회가 약속된 이별은 서글퍼지 않는 법이다.

 

감나무엔 빼곡히 달린 감이 꽤나 먹음직스럽다. 노란 호박꽃에 벌이 머리를 처박고 있다. 꿀독에 빠져서이다.

한물간 방울토마도 줄기에는 시절을 잃어버린 탓일까. 호랑나비 한 마리가 붙어있다. 무얼 하려는 것일까?

제주 몇 잔에 취해서 비틀거리는 사람은 눈을 씻고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네 가슴이 팍팍해서일까,아니면 낭만이 사라져서일까!

구름속에 갈하늘이 눈 시리게 푸르다. 햇살이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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