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누나생각/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9. 9. 21:02

갈매기 바다위에 울지말아요

물항라 저고리에 눈물젖는데

저 멀리 수평선에 흰 돛대 하나

오늘도 아 가신님은 아니 오시네

 

쌍고동 목이 메어 울지말아요

봇다리 선창가에 안개 젖는데

저 멀리 가물가물 등댓불 하나

오늘도 아 동백꽃만 물에 떠가네

 

바람아 칼바람아 불지 말아요

얼룩진 낭자마음 애만 타는데

저 멀리 사공님의 뱃노래 소리

오늘도 아 우리님은 안오시려나

 

이부풍 작사 손목인이 작곡한 해조곡이다. 1937년 이난영이 불렀다.

민족의 독립을 은유한 노래였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둘째 누나가 잘불렀던 노래이다. 누나는 그때 나이 스물이 조금 넘었었다.

희미한 호롱불 아래 수틀을 끌어안고 그 어렵다는 십자수를 놓으면서 누나는 흥얼흥얼 해조곡을 부르곤 했다.

까만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은 누나의 쫑쫑 땋아내린 머리끝에는 진자줏빛 갑사댕기가 드리워져있었다.

누나는 내가 열여섯 살이었던 중학교2학년때 점촌 영순으로 시집을 가버렸다.

그로부터 55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반세기가 넘은 세월이 흘러버린 것이다.

중학교2학년이었던 내가 일흔에 귀 하나가 붙어버렸고

둘째 누님이 여든이 코 앞에 걸린 일흔 여덟 할머니가 돼버렸다.

우리 남매를 그렇게 만든 것은 그 무서운 세월이었다.세월이 범인이었다.

내일 낮엔 점촌에 사시는 누님에게 옛추억 떠올리며 전화라도 한 번 넣어봐야겠다. 누님이 하마 웃어실까 울어실까.세월을 한탄하지 않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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