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렸을 적, 고향마을에 나보다 나이가 네 살쯤 작은 종구라는 이웃사촌 동생이 있었다.
가을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골목길에서 놀고있을 때였다. 버스얘기가 나왔다. 버스는 몇 명이 탈 수 있다느니, 휘발유를 때서 간다느니, 목고개에서 서울까지 몇 시간이 걸린다느니 하고 동무들은 너도나도 한 마디씩 해됐다. 그때였다. 종구가 뜬근없이 말했다. "버스는 오라이 힘으로 간대이!" 라고. 종구의 그 유명한 말은 한동안 마을 꼬맹이들 사이에 화제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60여 년이 지나갔다. 열두 살 꼬맹이었던 내가 일흔한 살 노인네가 되었다. '버스는 오라이 힘으로 간다!' 라는 종구의 그 유명한 말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어본다.
버스는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여 흡입, 압축, 폭발, 배기의 4행정을 거쳐 얻어진 동력으로 움직인다.
하늘은 내게 부와 명예를 허락하지 않은 대신 사랑스런 두 손녀딸을 내품에 안겨주셨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런 두 손녀딸은 노년의 내가 팍팍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동력이다.
김신우와 김시우! 할아버지는 세상에서 너희 둘이가 젤로 좋다.쑥쑥 커거라. 사랑하는 우리 집 두 손녀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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