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갔다올게!"
자고있는 집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집을 나섭니다. 아침이면 그렇게 집을 나선지가 올해로서 꼭 12년 하고도 3개월이 넘었습니다.
2004년12월에 정년퇴직을 하고 이듬해 5월중순부터 먹고살아가려고 이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경비원을요.일테면 생계형경비원이었지요. 남들은 그럽디다. '연금만해도 살아갈텐데, 뭣땜에 그일을 하느냐고.'
남의 속도 모르고 하는, 속터지게 하는 말이었지요.
1971년3월, 군에서 전역한 뒤 그 이듬해 5월, 문경시지방공무원으로 채용되어 공무원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당시 직급으로 5급을(현9급)농업직이었습니다. 농고를 나왔으니까요. 물론 공채를 거쳐 임용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공무원을 일년도 못채우고 그해 12월에 그만 두었습니다. 그리곤 어른 밑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갔지요. 아버지는 술만 한 잔 드셨다하면 나를 덜덜 볶았습니다. 공무원 그만 두었다고요. 아버지 등쌀을 견디디 못해 집사람을 데리고 영주로 도망나왔습니다.
먹고살아가려니 도둑질 빼놓고는 무슨 일이든지 해야했습니다. 그래서 한 일이 국영기업체 징수원이었습니다. 세리 아들은 낳지도 말라고 했는데. 그 세리를 16년 8개월이나 하였답니다.
그 지긋지긋한 세리생활을 1992년 7월에 그만두고 8월, 영주시 기능직공무원으로 복직을 했습니다.
그렇게 재임용되어 시작했던 공무원을 2004년 12월에 정년퇴직했습니다. 퇴직은 했는데, 재임기간이 20년에 못미쳐 연금 수급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먹고살아가려고 시작했던 일이 경비원생활이었습니다.
경비12호봉! 참 오래도 했습니다.
나도 많이 늙었지만 집사람도 참 많이 늙었습니다. 집사람은 젊었을 땐 아주 예뻤습니다. 나도 준수하다는 소리는들었지만요.
그런 집사람이 세파에 시들어버렸습니다. 머리도 하얗게 새었고 많이 수척해졌습니다. 하긴 나도 남들이 몰라보리만큼 늙었고 야위었습니다.
능력있는 남정네 만났드라면 집사람이 저렇게는 안 되었을텐데. 노년을 복되게 살아갈텐데, 집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잖이 마음이 착잡합니다.참 안댔다는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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