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밥하기 싫네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6. 23. 13:39

 

요즘들어서 집사람 입에서 자주 튀어나오는 말이 있다.

"아이구 밥하기 싫다!" 라는 말이다.

시집와서 45년 동안 부지깽이 운전을 하였으니 하긴 밥하는 일도 신물이 날게다. 그러나 어쩌노. 산 입에 거미줄 칠 수는 없고 먹어야 사니 누가 해도 밥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당신이 하기 싫다면 내가 하랴. 새벽같이 일어나서 경비 일할러 다니는 내가 하랴.

'아전 망령은 쇠(돈)로 달래고 노인네 망령은 고기로 달랜다' 는 옛말이 있다. 어쩌랴. 집사람의 입에서 '밥하기 싫다' 는 말이 튀어나올 때는 외식으로 달랜다. 어제 저녁에도 밥하기 싫다해서 중국집에서 짬뽕과 우동을 시켜먹었다. 구렁이 알 같은 사랑스런 돈이 지갑에서 새어나갔다. 그렇게 솔솔 새어나가는 돈이 수월찮다.

그렇게 다독이며 살아가는 노년의 삶! 그렇게 투정하는 빛바랜 아내지만 곁에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다행한 일이랴. 동행의 의미를 곱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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