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사랑엔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
울지를 말아라 아아아 아아아아아 갈대의 순정
가수 박일남이 부른 갈대의 순정이다.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얼굴, 박일남은 미남 가수였다. 중저음의 호소력 짙은 그의 노래는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다. 펜도 많았다. 그의 노래 갈대의 순정은 또래 남자들의 십팔번 곡이기도 했다. 지금도 나이든 남정네들은 노래방에 가면 갈대의 순정을 많이 부른다.
지은이는 올해 여섯 살 된 공주님이다. 지은이는 어른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똑 소리가 나는 아이다. 지은이는 아빠는 없고 엄마와 단 둘이서 산다고 했다. 지은이 엄마는 일하러 다니는라 집에 잘 없는 같고 그래서 지은이는 혼자 놀 때가 많다.
지은이는 세탁소를 하는 내 친구 집에 자주 놀러 온다. 지은이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다. 그래서 이따금 사탕도 사주고 놀아도 주었더니 이제 어디서든 만나기라도 하면 아주 착 달라붙는다. 그럴 때면 친구들은 "자네 늦둥이 하나 잘 생겼네!" 하며 실없는 농지거리를 하곤 한다.
퇴근길에 늘 출근하다시피 하는 친구 세탁소에 들렸다. 언제 따라 붙었는지 지은이가 가게 안으로 쏙 들어선다. 고사리 같은 손엔 야쿠르트 세 개와 사탕 몇 알이 쥐어져 있었다.
"아저씨, 이거 먹어!" 지은이가 야쿠르트 한 개와 사탕 한 알을 내밀었다. 가게 친구에게도 사탕 한 알을 주고, 그런데 옆에 앉아있는 동네 후배는 본체만 체다. "지은아, 나는 한 개 안 주나?" 그렇게 물으며 쳐다보자 "아저씬 내게 뭐 사준 것 있어요?" 라며 사정없이 톡 쏘아 붙인다. 너무도 당돌하고 야멸찬 여섯 살 꼬맹이의 대꾸에 친구와 난 마주 바라보며 껄껄대며 웃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드니 여섯 살 짜리 어린 아이에게 방어할 틈도 없이 된통으로 당한 그 후배는 어안이 벙벙한지 "허 그것 참."만 연발한다.
언젠가 휴일이었다. '우리 식당'에 들려서 친구들과 대포한잔을 마시고 있었다. 그때 지은이가 쪼르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어디서 구했는지 지은이 손에 가스렌지 고무호스를 묶는 헌 고리가 쥐어져있었다. 어느 결에 내손을 잡은 지은이, 손가락에 고리를 끼어주면서 반지라며 꼭 끼고 있으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식당주인 아주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아저씬 애인 하나 잘 두었네요."란다. 그러면서 글쎄 조것이 지 엄마에게 그러더래요. "엄마, 어떤 아저씨가 있는데 그 아저씨 참 좋아. 나 그 아저씨하고 결혼할래!"라고요. '허 그것 참. 지은이가 날 좋아하면 우리 집사람은 어쩌나? 나만 바라보고 지금까지 고생하며 살아온 조강지처인데. 내 쫓을 수도 없고, 참으로 진퇴양난이로고.'
오랜만에 길에서 지은이를 만났다. 일주일 쯤 친구가게에 못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은아!"하고 불러도 코대답도 없다. 손을 잡았더니 "앵!" 하며뿌리친다.
'어라 , 요것 봐라. 요게 며칠 못 만났더니 그 사이 맘 변해 고무신 거꾸로 신었나보다.' 이래서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했든가.
말없이 보낸 여인이 눈물을 아랴
가슴을 파고드는 갈대의 순정
못 잊어 우는 것은 사난이 마음 울지를 말아라
아아아 아아아 아아 갈대의 순정
그래, 지은아! 눈물일랑 알지 말고 맑고 밝게, 예쁘고 건강하게, 쑥쑥 커다오. 그래서 먼 훗날, 아름다운 아가씨 되었을 때, 첫사랑 맺었던 이 아저씨 생각하며 예쁜 미소 한번 지어주려무나. (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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