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는 외롭다.
글쟁이가 외로운 것은 혼자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산문을 쓰는 글쟁이는 더 그렇다. 허구한 날을 컴 앞에 쭈구려앉아 자기와의 피나는 싸움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어제 오전에 단편 '그때'를 퇴고했다. 말이 퇴고이지 숱한 날, 얼마나 더 손질해야 되는지 두고보아야 알 일이다.
엊그제 밤에는 글쓰다가 지쳐 일전에 증조할아버지 제사 모시고 남아있는 제주를 그득하게 한 잔 마셔버렸다.
제사를 모시고 음복으로 한 잔 하려고 했는데 시집간 딸내미가 찾아오는 바람에 하지 못했다.
딸아이는 내가 술마시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20여 년 전에 의사로부터 금주령을 받은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딸아이 앞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반주 한 잔도 절대로 마시지 않는다.
컴앞에 앉아있을 때면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 힘들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따금 집사람이 따끈한 커피 한 잔을 타줄 때가 있다. 고마운 일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