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땐 결코 믿지 않았다.
팔자니 운명이니 하는 것을.
젊은 시절 다 보내고 인생의 황혼길 일흔에 접어들고 보니 세월에게 배웠다. 팔자니, 운명이니 하는 말도 일리가 있다는 것을. 인생길 긴 여정도 우주의 법칙에 의해 짜여있다는 것을.
언제부턴가 글쓰는 일이 생활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집사람은 그런 나에게 불만이 대단하다. 전업작가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글쓰는 일에 목숨까지 거느냐다.
'그래, 팔자인 걸, 낸들 어쩌란 말이오'
그렇게 입속으로 대꿀하며 쓴웃음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