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작가는 집안에 집필실이 따로있다. 집필실은 가족으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조금은 한적한 공간에 있다.
김범선 선생님집필실은 골목길 가녁에 있다. 선생님은 집필실에서 글을 쓰고 손님도 접견하신다. 소탈한 성격처럼 집필실도 소박하다.
요즘 세상에 전업작가도 글만 써서는 못산다. 이문열씨나 황석영씨 같은 대가외에는 전업작가도 글쓰는 일은 부업이다.
주업은 따로있다. 먹고살아가자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얼치기 작가인 나는 집필실이 따로 없다. 안방 한 구석에 있는 조그만 앉은뱅이 탁자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그 앞에 쪼그려 앉아 글을 쓴다.
그 열악한 조건에 집사람까지 초를 치고 나온다. 그 조그마한 책상앞에만 앉았다 하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내곁에 주절머리 앉아 수다를 떨어댄다.
글을 쓸땐 혼이 글에 집중되어야한다. 부산하면 글을 쓸 수가 없다. 그래서 전업작가들은 집필 중일때는 폰도 꺼놓고 문닫아 걸고 글을 쓴다고 한다.
"여보게, 글쓰고 있는 중이잕아. 좀 조용하게." 불청객이니 저리 가란 얘기다.
순순히 물러설 집사람이 아니다.
"내가 뭘요." 집사람은 내가 글쓰는 것을 달갑잖게 생각한다. 100원짜리 동전 한 닢 생기지 않는 일을 왜 저렇게 목숨걸고 하느냐다.
가뭄에 콩나듯이 이따금 원고료나 포상금 몇 푼 집어줄 때도 있지만 안중에도 없다.
집사람의 그런 푸대접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글을 쓴다. 타고난 팔자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집사람이 고맙긴 하다. 집사람이 든든히 집을 지켜주기 때문에 나같은 건달이 글을 쓸 수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타닥타닥 콕콕콕 노트북에, 폰 화상에, 쉼없이 글을 쓴다. 타고난 팔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