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바쁘다 바빠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12. 16. 14:13

비번날이면 전화통에 불이난다.

"어이 뭐하노. 알놓나 글쓰나. 빨리 나온나아."

고스톱 치러 나오라는 독촉전화다.

"알았다. 밥먹고 나간대이."

"아직도 점심 안먹었나. 여지껏 뭐했노. 밥도 못 얻어먹고."

"돈 마이 못 벌어 온다고 밥도 제대로 못 얻어 먹는다 아이가."

"참 마이 안됐다."

엊그제께 단편, '기다림' 초고를 끝냈다. 퇴고를 하려면 앞으로 수 개월은 걸릴 것이다. 글쓰는 일은 자기와의 외로운 싸움이다. 기나긴 싸움이다.

인생살이도 그러하다. 살아가는동안 전개되는 기나 긴 여정이 싸움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자기가 아닌 세상이란 것이 다를뿐이다.

결코 혼자서는 못 살아가는 게 인생살이다. 외롭기 때문이다. 늙어갈수록 더 타는 것이 외로움이다. 오라는, 불러주는 친구가 있는 것이 그 얼마나 행복한 일안가!

'그래, 급할 것은 없는니.' 글은 쉬엄쉬엄 쉬어가면 쓰도 되겠거니.

노트북을 덮어버리고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는다. 친구를 찾아 나선다. 외롭지 않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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