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봄 가는 봄/문경아제
봄은 누구에게 들킬세라 땅에 납작 엎드려 살살 기어서 온다 봄은 택지에 살고 있는 시집간 우리 집 애물단지 딸내미처럼 소리 없이 살짝쿵 온다 봄은 우리 집 애물단지 딸내미와 사촌 사이다 해대는 짓똥머리가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산과 들에 꽃불 질러놓고 그냥 달아나는 봄이나, 늙은 어미 가슴에 온갖 잔소리 퍼부어대고 가는 우리 집 딸내미나 그놈이 그놈이다 언제 갔는지 도둑놈처럼 가고 없는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도 없는 두 놈은 발그스름한 얼굴조차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