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부터 내리던 비는 아침나절에 그쳤습니다. '내리는 김에 흡족히 내려 해갈이 되게 하였으면'하는 진한 아쉬움이 가슴을 가득 채웠습니다.
오후4시쯤 집을나섰습니다. 혹시나 하고 자전거 뒤에 우산을 실었습니다. 꽃동산을 지나고 시내를 가로질러 번개사장 앞에 있는 원마트에 들려 감연아가 그려져 있는 커피 두 봉을 샀습니다.
코롱아파트 앞 인도는 폭이 좁았고 경사가 심했습니다. 정현음악학원은 늘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원내는 원생들이 치는 피아노 소리로 가득 했습니다. 그 무슨 발표회 연습이라도 하는 것 같았습나다. 원장님은 머잖아 교육청 지도감사가 있다며 눈코뜰새없이 바쁜 것 같았습니다. 가던 날이 장날이었습니다. 들고 간 커피 두 봉을 건네주고 돌아섰습니다.
삼십대 중반의 여자분인 원장님은 마움이 곱고 넉넉합니다. 따님이 늘상 학원에 살다시피하니 친정 어머님이 따님댁을 자주 들려 살림을 돌봐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원장님도 어머님도 내 글의 독자입니다.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으면 작가는 행복합니다.
아무리 이름 석자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무명작가라 해도 작가는 펜을 놓으면 안됩니다. 작가가 펜을 드는 것은 작가의 의무이니까요. 작가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려고 오늘도 노트북 좌판을 타닥타닥 두드려 댑니다. 미완성 교향곡을 완성시키려는 작곡가가 파아노 건반을 두드려 대듯이 노트북좌판을 타닥타닥 두드려댑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