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집사람은 참 이상하다.
딸아이 한테는 꿈쩍도 못하면서 내게는 걸핏하면 덤벼든다. 딸아이는 버겁고 나는 식은 죽 먹기처럼 만만한 모양이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어디엔가 외출한 집사람이 한낮에 돌아왔다. "딩동댕" 초인종이 울렸다. 두 번도 아니고 딱 한 번 울렸다. 글 몇줄 쓰다가 피곤해서 쉬고 있는 때였다.
내 나이 일흔이다. 젊은 때처럼 용수철이 튕기 듯이 그렇게 발딱 못 일어난다. 몸을 추스리며 천천히 일어나서 대문을 열어줬다.
아니, 땡양달에 밖에 서있는데, 벨을 몇번이나 눌렀는데 왜 그렇게 문을 늦게 열어주냐며 소리소리 지르며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이다. 집사람의 그런 짓거리는 딸아이가 있으면 더하다. 편들어 줄까봐서다.
나이 들고부터 집사람은 그렇게 이따금 생억지를 써곤 한다. 대중없이 밀리기만 하면 것잡을 수 없다. 나도 맞고함을 질러댔다. 옆집에서 들으면 큰 싸움난줄 알것이다.
나이 든 여자의 생억지에 복용하는 특효약이 없는 지 약국에 가서 알아볼 일이다. 더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