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상생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8. 21. 23:51

 

 

 

 

우리 옆집 옥상 모서리에 달려있는 가로등은 원래 건물 앞에 서있던 전주에 설치되어 있었다.

옆집에서는 건물 바로 앞에 전주가 서있으니 생활에 불편을 느꼈던 모양이었다. 또 전주를 타고 도둑이 집안에 들어왔다고도 했다. 그래서 옆집에서는 관계기관에 청을 넣어 전주를 이설해 버렸다고 했다. 전주에 달려있던 가로등은 그때 옥상 모서리에 옮겨 달았다고 했다.

그러한 사실은 이웃인 우리 집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 겨울 어느 날 밤, 우리 집 골목앞이 어두웠다. 옆집에서 가족 중에 누군가가 자기 집 앞이 더 밝게 가로등의 각도를 조정해 놓은 것 같았다. 이런 일은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며칠 뒤 집사람이 동사무소에 들려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돌아왔다. 며칠 뒤 담당공무원이 실사를 한 후 가로등의 위치를 복원시켜놓았다.

그리고 8개월쯤이 지났다. 8월 중순이었다. 전과같은 현상이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집사람이 직접 그집을 찾아가서 사정을 얘기했다. 그랬는데 소귀에 경읽기였다.

일흔 여섯쯤 되었을 안주인인 할머니는 그렇게 불이 필요하면 댁네 옥상으로 옮겨놓으라 하더란다. 바깥채에 사는 딸이란 아주머니는 "전기를 우예 함부로 손대니껴. 우리는 모르는 일이니더" 라고 하더란다.

"소통이 안되고 동서남북 구분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하리요. 당신이 또 동사무소에 들리는 수밖에." 그렇게 집사람에게 말을 건넸다.

옛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전지하고 이웃은 주인을 잘 만나야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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