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고향까마귀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4. 4. 10:11

수도사업소에 근무할 때였다. 20년이 다되어가는 50대초반의 일이었다.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풍기에서 걸려온 민원전화였다. 요금고지서를 분실하였으니 고지서 재발행을 해달라는 전화였다. 민원인은 또래인듯한 여자분이었다. 용건을 끝낸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아주머니와 똑같은 말투로 물어보았다.

 

"아지메, 말씀 다끝났지요?"

"야."

"근데 고향이 어데라요? 아지메."

"문경이라요."

"나도 문경이라요. 문경 어데라요?"

"가은이라요."

"나도 가은이라요. 가은 어데요?"

"중구산이라요."

"난, 성너메새터라요. 아지메 객지에서 고향사람 만난께 디기 반갑네요."

"지도 그러네요. 억시기 반갑네요."

 

지금쯤, 그 고향아지메도 일흔줄에 접어들었겠다. 옛일 떠올리며 환하게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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