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불꼬불 골목길에 들어섰다. 가파른 층계를 올라서 굽이길을 돌아간다.숨이 차오른다. 다리쉼을 하며 눈을 지그시 감아본다.
어머니, 장보따리 머리에 이고 환하게 웃으며 고샅을 돌아오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지팡이 짚고 조작조작 걸어시는 등이 잔뜩 굽은 우리 집 할머니도 보인다. 재잘재잘거리며 딱지치기, 못따먹기 하든 동식이도, 병철이도, 병호도, 호영이의 얼굴도 보인다.
다들 사라지고 없다. 눈을 뜨니 다들 사라져버리고 없다.
세월의 강너머로 휩쓸려간 할머니와 어머니. 이제는 일흔줄에 들어선 그 옛날, 개구쟁이 친구들!
좁다란 골목길은 향수가 잠던 곳이다. 그래서 일삼아 이렇게 골목길을 거닐며, 할머니와 어머니를 끼까머리 옛 동무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