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경비일기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3. 27. 13:30

 

어제는 당직을 섰다.

우리 아파트 경비원은 아침7시에 출근을 해서 밤10시에 퇴근을 한다. 그러나 당직근무를 할 때는 철야를 해야한다.

돌아누울 곳도 없는 손바닥만한 경비실,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서 자고 일어나면 몸이 영 찌뿌둥하다. 나이 탓이리라.

5시40분, 알람이 요란스럽게 울어됐다. 벌떡 일어났다. 6개동의 소등도 해야하고 쓰레기집하장에 밤새워 쌓인 쓰레기도 정리해야하기 때문이다.

불을 켜고 잔 자리를 정리하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오늘 근무자가 벌써 출근했나보다. 당직을 하고나면 근무교대는 어느 초소든 거의 아침6시 반에 한다. 그런데 반대 당무는 이따금 이렇게 종잡을 수없이 일찍나올 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고맙지만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초소의 동료는 6시면 출근을 한다. 7시까지 출근하면 되는 것을 그렇게 한 시간 일찍한다. 5시에 하든, 6시에 하든,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탓할 것은 없지만 당직을 할때가 문제이다. 늘 6시에 교대를 해주고 자기처럼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욕을욕을 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견디다 못해 반대 근무자도 6시에 교대를 해준다고 했다. 억지 춘양이가 된 셈이다.

경비원 안해도 먹고살아갈 수 있는 사람, 아는 것이 많아서 늘 남을 교육시키려는 사람, 모든 일을 자기 혼자 다한듯이 떠들고 다니는 사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다 모인 곳이 경비원 세계다. 경비원의 세계란 천태만상이다.

각동, 현관 소등을하고 돌아와 가방을 걸머지고 자전거를 타고 퇴근길에 나섰다.

모두 비켜라! 길을 닦아라. 둘이 부르면 이등, 셋이서 부르면 삼등, 다섯이 부르면 꼴등을 하는 영주 가수 문경아제가 노래 한 곡 할란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외로운 이 나그네길

비바람이 분다

눈보라가 친다

이별의 종착역

 

'저것도 노래라고 부르남.'길가던 길냥이가 그렇게 공시랑되며 깔깔깔 웃지나 않으려는지 모르겠다. 3월말이라고는 하지만 이른 아침이라 바람결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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