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은 눈꽃처럼 하얗다. 찔레꽃과 눈꽃은 촌수로 치면 사촌쯤 될것이다.
순백의 빛깔, 고독한 자태, 순결한 용모가 서로 닮았기 때문이다.
그 옛날 하얀 찔레꽃 덤불속에는 이빠진 파란 옥사발이 놓여있었다.
옥사발은 엎드려 있었다. 엎드려 있는 옥사발 안에는 눈꽃처럼 순결한,
앞산 진달래처럼 고왔던 핑크빛 편지가 들어있곤 했었다.
찔레꽃의 꽃말은 고독이다. 꽃말처럼 찔레꽃은 고독을 좋아한다. 참 알다가도 모를 일아다.
그런 찔레꽃이 어떻게 마을 처녀총각들의 풋풋한 사랑의 연결고리를 자원했는 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내년 봄이면 고향마을 앞 도랑가엔 찔레꽃은 어김없이 피어날 것이다.
겨울에 피어나는 눈꽃처럼 찔레꽃도 나이를 먹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고운 꽃을 피우는, 푸르른 청춘이다.
그네들은 그 아름다운 특권을 신으로부터 받았다.
찔레꽃덤불 아래에서 사랑을 맹세한 그때의 청춘남녀들은 이제 모두 일흔을 바라보는, 훌쩍 넘긴 노인네가 되었다.
신은 인간에게는 눈꽃과 찔레꽃 같은 영원한 청춘은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기예보에 오늘 눈이 온다고 했다.
내리는 눈 바라보며 나는객적게 웃고 있을 것이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집사람은,
'저 양반 또, 그 병이 도졌구먼!' 이라고 중얼 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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