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 훨씬 넘은 옛날 얘기다.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동네에 황종우라는 직장 후배가 살고 있었다.
그 친구에겐 다섯 살 난 이름이 윤우라는 개구쟁이 사내아이가 있었다. 봄날이었다.
서천둔치 언덕길을 따라 어느 양봉업자가 가지런히 벌통을 내다 놓았다.
근데 고 맹랑한 윤우녀석이 비슷한 또래 놈과 얼려 바싹 마른 잔디밭에 불을 싸지르고 말았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불길에 부채질을 해댔다. 봄 불은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잔디밭을 까맣게 태우고 불길은 잡혔다. 벌통안 벌들은 타 죽거나 연기에 질식되었고,
약삭빠른 놈들은 잽싸게 도망질을 해서 목숨을 구했다.
그 친군 그일로 양봉업자에게 30만 원을 배상했다. 당시로서는 큰돈이었다.
이태원 발 코비디 19가 나라 이곳저곳에 도깨비불을 싸지르고 다닌다. 질본의 집계에 의하면 확진자가 40여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지 불과 며칠이 채 되지도 않아 나라가 이지경이 되었다.
철부지 한 젊은이 한 사람으로 인해 숨통이 조금 터이려는 우리네의 가슴과 경제를 코로나는 또다시 조이기 시작했다.
하루 세시간씩 열흘 일하고 급여 27만 원을 받는 노인네다.
석 달 전 2월 24일, 코로나로 인해 잠정 중단되었던 시니어 일터가 지난 6일부터 재가동됐다.
다시 불붙은 코로나로 일터가 또다시 중단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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