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초등학교 다닐 때 모교 문양초등학교 앞 냇물에도 저런 돌다리가 놓여 있었다. 여름철 폭우가 쏟아져 냇물이 콰르르 콸콸 요동쳐 흘러내리면 무서워서 건너지 못하고 육학년 형들 등에 업혀서 건넜다.
저 다리가 영주교다. 다리를 놓을 당시엔 영일교라고 했지만 주민들의 다툼으로 영주교로 이름을 바꿨다.
길가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다. 책들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으니 보는 이의 눈을 호강시켜 줄 것이다.
요즘의 보건소인 제민루 濟民樓다. 흉년 땐 규휼소(빈민구제소) 역활도 했다고 한다.
삼판서고택은 영주향교 전교를 역임한 김숙진 어르신께서 지역의 유림 삼백여 분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삼판서고택복원서명을 받아 성사시켰다고 한다.
영주교의 야경은 언제 보아도 현란하다.
'코로나 19' 때문에 발이묶였다. 어쩔 수 없이 컴앞에 쭈구려앉아 글을 쓰기도 하고 텔레비젼을 시청하기도 하고, 그도저도 지만증이 나면 방바닥에 벌렁드러누워 천정을 올려다보며 청기와집을 짓기도 한다.
그런 나에게 집사람이 자전거타고 서천이나 한바퀴 돌고오라며 눈총을 준다. 집사람 성화를 견디다못해 자전거를 끌고 대문을 나선다.
계절은 겨울의 끝자락에 서있다. 아직은 바람끝이 차다. 옷을 단단히 입고 나오길 잘했다.
강가에서서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본다. 저 강물은 문수와 평은을 굽이굽이 돌고돌아 예천삼강으로 흘러들 것이다.
서천교에서 조금 떨어진 아래편에 강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돌다리가 놓여있다. 얼핏보면 자연석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콘크리트로 만든 인조석人造石이다.
그 옛날 어릴 적, 이땅 그 어느 강에나 저런 돌다리가 있었다. 우리네 집도 나라도 가난하기만 했던 그 시절, 국회의원선거때만 되면 입후보자들은 다리가 없는 강에 달구지가 지나다닐만큼 큼지막한 다리를 놓어주겠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열변을 토했지만 당선되면 그만이었다. 어쩌랴 자기 돈 가지고는 못놓고 나라에서는 보태줄 형편이 안 되는 것을.
폰이 운다. 삼월이면 중학생이 되는 경기도 의왕에 살고 있는 예쁜 큰손녀딸에게서 온 전화다.
"신우냐"
"네 할아버지 할머니 잘 계셨지요."
"오냐 그래, 할아버지 할머닌 잘있다만 너희들도 잘있나?"
"네 할아버지, 근데 어디 다니실땐 꼭 마스크쓰세요. 아셨죠 할아버지!"
"그래 너도 외출할 땐 꼭 마스크 쓰고 다니거래이"
"네 할아버지."
흘러간 세월만큼 큰 손녀딸이 물씬 컸다. 삼판서고택 둘러보고 자전거핸들을 집으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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