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 새벽길에 들려오는 종소리
땡그랑 땡그라앙 땡그라앙 땡그랑
구수한 손두부래요 나와봐요 어서 빨리
땡그랑 땡그라앙 땡그라앙 땡그랑
새벽잠 깨워놓고 골목길 돌아가는
밉고도 정겨운 소리 두부장수 종소리
오늘은 지각인가 아니면 결석인가
아니오 아니라오 땡그랑 그 종소리
딸내미
산바라지하러
한양길
떠났다오
내가 경비원으로 일했던 영주, 무지개아파트는 영주중학교 맞은 편 청록산(靑鹿山)아래 있습니다.
청록산엔 그 유명한 두께바위가 있답니다.
2004년 12월 31일 정년퇴직을 하고 그 이듬해 오월, 무지개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업을 했습니다.
작년말 그만둘 때까지 13년 7개월을 그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했습니다.
무지개아파트엔 세개의 초소 1초소, 2초소, 3초소가 있었습니다. 나는 오랜 세월을 1초소에서 일했습니다.
1초소 담당지역은 101동과 102동이었지요.
101동 서쪽끝에는 높다란 축대가 있었고요. 축대 아랜, 외곽도로가 굽이굽이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따금 들려왔습니다.
외곽도로 굽잇길을 돌아가며 두부장수아지매가 흔들어대는 종에서 "땡그랑 땡그라앙!" 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종소린 참 맑고 경쾌했답니다. 마치 꿈속에서 들려오는 평화의 소리 같았습니다.
두부장수아지매가 끌고가는 손수레엔 내가 좋아하는 담북장(청국장)이 두부와 함께 실려있었습니다.
눈감으면 지금도 들려옵니다.
두부장수아지매가 흔들어대는 종에서
"두부사요 땡그랑, 구수한 손두부래요 땡그랑앙!"
맑고 경쾌한 평화의 종소리가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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