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그랑 땡, 땡그랑 땡!"
종이 울었다.
파란하늘 아래 성당 높다란 종탑에 매어 달린 종이 "땡그랑 땡, 땡그랑 땡" 울었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아삼아삼하지만 1977년인가 아님 78년 초가을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잡힌다.
종탑에 기어올라가 종을 치는 사람은 나이 스물 남짓한 아가씨였다.
아가씨가 종을 치는 사연은 참으로 기구했다.
아가씨는 생사공장 경리였다.
생사공장은 누에고치를 삶아 실을 뽑는 공장을 일음이다. 그 시절엔 웬만한 농촌도시엔 생사공장이 있었다.
아가씨가 근무하는 공장 사무실에 공금이 쥐도새도모르게 없어졌다. 그러니 경리인 아가씨가 꿈쩍없이 뒤집어썼다.
아가씬 억울했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명을 했지만 사측에서는 들어려고도 하지않았다.
충격에 빠진 아가씨는 고민 고민하다가 급기야 정신이 이상해졌다. '그랬을 것이다!' 란 추측성 예단(豫斷)이 아가씨를 경찰서에 들락거리게 했고,아가씨를 범죄자로 만들었다.
실성해진 아가씨가 선택한 장소는 성당 종탑이었다. 아가씨는 한칸 한칸 기어올라 종탑꼭대기에 이르렀고,"땡그랑 땡그랑!" 종을 울렸다.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라면 무서워서 도저히 오를 수 없는 까마득한 종탑에 올라가 종을 울렸다.
낙상사고(落傷事故)를 방지하기 위해 소방대원들이 출동했고, 종탑 아래에 안전망을 쳤다.
성당주위엔 구경꾼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하느님, 저 죄없어요!' 라는 듯 아가씬 종을 울렸다.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너희들 중에 진정 죄없는 자 있거든 저 여자를 돌로 쳐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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