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신한은행을 옛날엔 조흥은행이라고 불렀다.
올해 마흔여덟인 우리 집 큰 아들 신우 애비가 스무살쯤이었을 때도 조흥은행이라고 불렀다.
이십칠팔 여년전 어느날이었다.
봄인지 여름인지 가을인지, 아님 추운 겨울이었는지 계절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당시엔 입출금카드라는 게 없었다.
은행창구에 들려 신청서에 서명날인을 하고 통장을 창구에 들이밀고 계좌에서 입출금을 하던 시절이었다.
용돈에 보태써려고 은행창구에 들려 신청서를 작성해서 여직원에게 제출했다.
신청서를 살펴본 여직원이 생긋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김국환이 아버님이시죠?"
"예에?"
"국환이는 제 동아리 후배거던요."
"아, 예!"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우리 집 큰 아이가 유명인사도 아닌 지 애비 이름을 팔고다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큰아이보다 두어 살 더 먹은 듯한 키도 상큼하고 얼짱인 그 아가씨,
이젠 오십줄에 들어섰겠다.
시집가서 딸아이를 낳았다면 엄마닮아 아주아주 예뻐겠다.
신한은행을 지나칠때면 이따금 떠오르는 아가씨,
얼굴에 미소를 지우게 하는 참으로 상큼한 아가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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