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김천을 거쳐 추풍령을 넘어 시화전이 열리고 있는 황간역을 다녀왔다.
황간역은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 있는 경부선 중간역이다. 새마을호열차는 통과하지만 무궁화호열차는 정차하는 역이다.
황간역 갤러리엔 시조의 대가(大家), 백수(白水) 정완영(鄭椀永) 선생님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선생님의 시조, '조국'을 모셔본다.
조국
정완영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애인사랑
손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 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처럼만 여위느냐.
나의 시 박꽃도 갤러리 한켠에 걸려있었다.
백수 정완영 선생님은 19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조국' 이 당선되어 시조시인의 길을 걸으시며
시조의 보급을 위해 평생을 노력하셨다.
마땅히 존경해야 할, 존경받아야할 한생을 올곧게 살아가셨던 선생님이셨다.
청주에서 달려온 고향친구 재달이와 함께 황간역 갤러리를 둘러보니 점심때가 넘어섰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우린 장터거리로 나가 올갱이국밥으로 점심을 먹으며 막걸리잔도 기우렸다.
산자수려한 풍광이 있는 황간, 시가 있는 황간역!
내가 황간을 맨 처음 접한지는 고등학교 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국어교과서에 실린 박두진 선생님의 '영동을 지나며'이라는 글에서였다.
정확히 말해 그 글은 박두진 선생님이 친구분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황간의 맑은 물을, 바람소리를 유려한 문장으로 묘사한 참으로 멋들어진 글이었다.
기억조차 아삼아삼한 55년이 지나간 까마득한 1965년 고등학교1학년때 느꼈던 감성이었다.
문화해설가 못잖은 해박한 지식으로 찾아온 길손에게 황간의 문화와 풍광을, 특히 백수 정완영 선생님의 진면목을 자상하게 일러주신,
황간역 지킴이, 황간역 명예역장 강병규 역장님께 고맙다는 말씀 전합니다.
강병규 역장님,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장님 덕분에 많은 것 배우고, 고운 추억 남겨놓고 떠납니다.
좋은 행사 열리면 연락주십시오. 바람같이 달려가겠습니다.
"친구야 잘 가거래이. 담에는 내가 쏜대이 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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