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뚝길에 벚꽃이 한창이던 어느 날 밤이었다.
저녁을 먹고난 뒤 tv 앞에 앉아있는 집사람을 꼬득였다.
"여보, 우리 서천뚝길에 나갑시다. 화사하게 피어난 서천뚝길 벚꽃터널 한 번 걸어봅시다. 더 늦기전에 후회하지 말고."
그날이 마침 일요일이라 서천뚝길은 쏟아져 나온 상춘객들로 빼곡했다.
서천뚝길벚꽃길은 경북전문대학캠퍼벚꽃과 함께 영주에서는 꽤 유명한 봄밤의 야경이다.
우린 가흥교에서 삼판서고택까지 올라갔다가 발길을 돌려 되내려왔다.
연분홍빛벚꽃터널은 환상적 꽃길이었다.
살며시 다가온 집사람이 팔짱을 끼었다.
젊은 사람들에게 게면쩍게 보일까봐 염려도 되었지만 뿌리치지 않았다.
젊은 시절의 낭만이 되살아난 집사람 가슴을 보다듬어주기 위해서였다.
우리내외는 그렇게 한시간쯤 연분홍빛 벚꽃터널을 거닐었다.
열시가 넘었다. 피곤했다.
"열시가 넘었어요. 그만 집에 갑시다."
집사람도 피곤했던지 군말않고 그러자고했다.
꽃동산을 지나 돌아오는데 로터리 건너 저쯤에 '찰보리빵집'이 보였다.
"저어기 찰보리빵집 있네. 빵 몇개 사다먹읍시다."
"저 찰보리빵집, 개업한지 벌써 몇해되었다우."
"그래요 난 여탰것 몰랐다오!"
그러서 남자의 눈은 뚱눈이라고 했나보다.
빵가게 여주인은 낱개론 팔지 않는다고했다. 선물용 세트로만 판다고했다.
한 세트에 얼마냐고 묻자 만사천 원이라고 했다.
만사천을을 주인에게 건내주고 한 세트를 구입했다. 늦은 밤이라 그냥 나가기가 미안스러워서였다.
'오며가며 이웃사람들이 들리는 동네가게인데, 한 두개 낱개로라도 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상자에는 빵 스무개가 들어있었다.
빵은 구수하고 달콤했다. 맛이 좋았다.
집사람과 나는 빵 네개를 먹었다.
집사람은 빵 여섯개는 내일 먹자며 식탁위에 두고, 나머지 열개는 부영아파트에 살고있는 딸아이가 오면 주겠다며,
냉장고 깊숙이 갈무리했다.
딸아이는 마흔 한살에 짝찾아갔다.
시집 안가겠다고 버티는 걸, "니가 죽던지 내가 죽던지 양단간에 결판을 내자!"라고 윽박지르는 집사람 강단에 못배겨 쫓겨갔다.
"결혼 안 하고 죽치고 있으면 니 방 구들장 곡괭이로 들어낸다."
집사람과 의가투합해 그러고도 싶었지만 관뒀다. 딸아이가 안쓰러워서였다.
지 어미에게, "아빤 이웃 집 아저씨만도 못해!" 라고 공시랑거린다는 딸아이지만 나는 딸아이가 좋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어눌한 애비 잘 챙겨주기 때문이다.
강한듯하지만 부드럽고, 아닌 것은 죽어도 아니고, 정에 한없이 약한 애비의 성격을 꼭 빼닮은 그런 딸아이가 나는 참 좋다.
던졌던 펜 다시 잡고 딸아이가 글좀 썼으면하고 바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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