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물따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4. 2. 11:57

 

 

 

 

 

 

 

 

 

 

 

 

 

 

 

 

 

 

경북궁을 중건(重建)하느라고 조선팔도 내노라하는 목수들이 한양으로 모여들었다.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이 목수동원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동원된 목수들은 피땀흘려가며 일을 했다.

흥선은 목수들의 노고를 팔짱끼고 바라만보고 있지 않았다. 밤마다 잔치를 열어주곤 했다.

잔치마당엔 노래와 춤이 빠질 수 없었다.

강원도 첩첩산중 두메살골에서 올라간 정선의 목수들 중에는

정선아리랑을 잘 부르는 소리꾼도 있었다고 한다. 

잔치마당엔 정선의 소리꾼이 부르는 정선아리랑이 인기 만점이었다고 했다.


우리 집의 서방님은 잘났던지 못났던지 얽어매고 찌거매고 장치다리 곰배팔이 노가주나무 지게 위에 엽전 석냥 걸머지고 강릉 삼척에 소금사러 가셨는데 백복령 구비 구비 부디 잘 다녀오세요

   -정선아리랑 중 <엮음아리랑의 한 소절>

이렇게 해서 아우라지를 건너며, 백복령을 오르내리며, 곤드레를 뜯어며 부르던 정선아리랑이 한양에 알려졌다고 한다.


또 경복궁을 중건하던 그 무렵부터 불리어진 작자 미상의 노래가 경복궁타령이다.


에헤, 남문을 열고 파루를 치니 계명산천(鷄鳴山川)이 밝아온다

에헤 에헤 어야 얼럴럴거리고 방아로다 에헤


을축 사월 갑자일에 경복궁을 이룩일세

에헤 에헤 어야 얼럴럴거리고 방아로다 에헤


경복궁 중건에 다 들어간다

에헤 에헤 어야 얼럴럴거리고 방아로다 에헤


도편수(都片手)의 거동을 봐라 먹통을 들구선 갈팡질팡한다

에헤 에헤 어야 얼럴럴거리고 방아로다 에헤


조선 여덟도 유명탄 돌은 경복궁 짓는데 주춧돌 감이로다

에헤 에헤 어야 얼럴럴거리고 방아로다 에헤


근정전은 더 높게 짓고 만조백관이 조하(朝賀)를 드리네

에헤 에헤 어야 얼럴럴거리고 방아로다 에헤



정선아리랑도, 경복궁타령도 노동요다.

정선아리랑이 힘들게 살아가는 강원도 첩첩산중 정선사람들의 삶의 애환(哀歡)과 한(恨)이 녹아든 민요라면,

경복궁타령은 일의 능률은 높이기 위해 부르는 노작가(勞作歌), 즉 노동요다. 운동회때 부르는 응원가와 같은 맥락이다.


아리랑 가락은 밀양으로 내려간다.


날좀보소 날좀보소 날좀보소

동지섣달 꽃본듯이 날좀보소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다 틀렸네 다 틀렸네 다 틀렸네

가마타고 시집가긴 다 틀렸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다틀렸네 다틀렸네 다 틀렸네

당나귀타고 장가가긴 다 틀렸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밀양아리랑은 템보가 빠르다.

듣고 있노라면 신바람이 난다. 해서 어깨춤이 절로 추어진다.

동지섣달 꽃본듯이 날 좀 보아달라고 했다.

밀양아리랑은 그만큼 민초들의 염원이 배어있는 민중들의 가락이었다.

밀양기생 아랑의 비애가 녹아있을 법도 한데 전혀 아니다.

가마타고, 당나귀타고,

시집가고 장가가긴 다 틀렸다고 체념을 하지만

시조의 운률이 녹아 던듯한 격이 높은 체념이다.

눈을 감아본다.

저쯤에 '嶺南第一樓'라는 '嶺南樓'가 보인다.



이왕에 길나섰으니 남해를 건너뛰어 진도아리랑을 찾아 전남 진도까지 가보자.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 지느냐.


날두고 가신 임은 가고 싶어 가느냐.


아라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문경새재는 왠 고갠고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로구나.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니정 내정은 정태산 같은데


원수년의 탄광 모집이 니정 내정을 띤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저 강에 뜬 윤선은 바람심으로 놀고


점방에 유성기는 기계심으로 논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오동나무 열매는 감실감실


큰애기 젖통은 몽실몽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씨엄씨 잡년아 잠깊이 들어라


문밖에 섰는 낭군 밤이슬 맞는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서방님 오까매이 깨벗고 잤더니


문풍지 바람에 설사가 났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부요적(婦謠的) 성격이 강한 서정민요이다. 현지에서는 '아리랑타령'이라고 부른다.

전라남도 진도에서 발생한 노래이나 전국적으로 불리고 있다. 사설은 기본적으로 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하고 있다.


창작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며 대략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로 추정된다.

이 때는 유교적 전통문화와 개화문명이라는 새로운 문화 사이에서 가치관의 혼란이 나타나고,

외세의 침탈로 피폐해진 현실에 대한 고조되던 시대였다. 


사설 중에는 유성기, 윤선, 자동차, 자전거 등의 개화 문물이 나타나고, 그 속에서 흔들리는 세태가 풍자되어 있다.

한편 창작자는 진도 출신이며 신청(神廳)에서 작사 작곡했다는 설도 있다. 사설에 대한 기원설화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진도 총각과 경상도 처녀의 사랑에 얽힌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진도 총각이 경상도 대갓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다가 주인집 딸과 사랑을 하게 되었는데,

두 사람은 밀애 끝에 쫓기는 몸이 되어 진도로 도망쳐 정답게 살다가 총각은 병으로 죽었다는

이야기와, 진도 총각과 혼인한 한 처녀가 총각이 육지에서 다른 처녀를 데리고 오자 원망하며,

이 노래를 불렀다는 이야기로 나타난다.


다른 하나는 설이향과 소영공자의 이야기로, 설이향과 소영이 굴재를 오가며 사랑을 하였는데,

어느 날 소영공자가 떠나 버렸다. 슬픔에 찬 설이향은 소영공자가 육지 처녀와 결혼을 하게 되자,

사생결단을 내려 했으나 죽지 못하고, 비수로 머리를 자르고 쌍계사의 중이 되었다는 설화다.


<진도아리랑>은 <정선아리랑>이 지니고 있는 비탄조와은 다르게 <육자배기> 가락에 판소리의 구성진 목청이 어우러진,

진도지방 특유의 정조(情調)를 지니고 있다.

혼자 부를 때에는 유장하고 슬픈 노래가 되어 신세타령과 같은 표출기능이 두드러지지만,

노래판에서 여럿이 부를 때에는 빠르고 흥겨운 노래로 신명을 고양시키고 일체감을 조성 강화시킨다.


진도하면 생각나는 게 있다. 진돗개다.

그 언젠가 오래전에 있었던 얘기다. 진도에서 서울로 팔려갔던 진돗개가 탈출해서 여섯달만에 진도의 주인집을 찾아갔다는 얘기가 세간에 알려졌다. 그때는 진도대교가 놓이기 전이었다. 진도대교의 길이는 484m라고 한다. 그렇다면 진도대교를 사이에 둔 진도군 군내면 녹전리와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 바닷길도 폭이 484m일 것이다.

서울에서 진도까지는 천릿길이 넘을 것이다.

그 진돗개는 천리가 넘는 길을, 길가의 쓰레기통 뒤져서 주린배 채워가며 오로지 육감에 의존해 그 머나 먼 길을 달리고 달려갔을 것이다.

여섯달 만에 돌아온 마를대로 마른 비러먹은 개를 껴안고 주인집 사람들은 하염없이 울었다고 했다.

보도를 통해 그 얘기를 접한 시청자들은 너나없이 가슴이 멍해졌다. 먹먹해졌다.

진돗개는 충견이다. 한 번 주인이면 영원한 주인이다. 배신을 모르는 충견 중의 충견이다. 


진도아리랑의 해설은 한민족백과사전에 실린 내용을 발췌하였음을 밝혀둔다. 해설을 할만큼 진도아리랑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경새재는 왠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로구나'

대목에선 반갑다는 마음이 든다.

내고향 문경에 있는 문경새재가 노랫말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방바닥에 들어누워 천정을 올려다 본다.

눈을 감는다.

어머니가 보인다.

목고개 굽잇길을 장보따리 머리고 이고, 고개마루를 올라오시는 울 어매가 보인다.

아버지도 보인다.

여름날 보리타작마당에서 막걸리 한 사발 벌켝벌컥 마시고,

환하게 웃으시던 아버지의 멋스런 웃음이 눈감으니 보인다.

손바닥으로 방바닥을 두드린다. 손바닥장단에 맞춰 그 옛날 초등학교 시절,

학예회때 불렀던 아리랑을 불러본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로 넘어간다

청천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살림살인

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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