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클났다/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3. 29. 21:16

 

클났다는 '큰일 났다'의 경북 북부지방사투리다.

점심때였다.

집사람이 하는 얘기가 이랬다.

"여보,우리 집 가근방엔

하루세끼 밥끓여먹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우.

옆집 희준이 할매는 할배가 병원에 가고 없지요.

뒷집 할매는 제천 딸내집에 가 살지요.

담너머 집, 땅딸이 할망구는 영감이 부산에서 학원한다는 아들네 집 돌보러 갔기에 자유인이지요.

그카이 마캉 혼자몸이라 대충대충 챙겨먹어면 되지만 우리 집만 밥때되면 굴뚝에 연기가 난다우."

집사람 말에 이렇게 면박을 줬다.

"이 사람아. 내외가 하루세끼 함께 밥먹고, 이따금 맛난음식 먹으러 바깥에 나가고,

동네마트 쇼핑갔다가 어깨 나란히 해서 돌아오고, 그게 얼마나 좋아. 그것도 다 타고난 팔잔기라. 알간?"

그리곤 속으로 궁시렁거렸다.

'하루, 삼사세끼 밥끓여먹는 거 유세가 다락같네. 더러버 코풀 데 없네!'

그렇게 궁시렁대고보니 아무래도 아닌 것 같기에,

이렇게 한발 물러섰다.

'그래요. 당신이 하루, 삼시세끼 밥끓여주는 덕분에 내가 비쩍 마른 내가 이맘큼이라도 살지, 그래요. 고마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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