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물따라

휴천동성당 종탑/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3. 4. 13:03

 

 

까마득히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아삼아삼하다.

생사공장이 가동되고 있을 무렵이었으니까 1970년대 후반이었을 것이다.

휴천동성당종탑위에 왠 아가씨가 올라갔다. 그리니 난리가 뒤집어졌다.

소방대원들이 긴급 출동해 종탑아래에 안전망을 설치하고 핸드마이크로 내려올 것을 종용했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생사공장 사무실 공금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담당 경리여직원이 꼼짝없이 뒤집어썼다.

아니라고 아무리 발뺌을 해대도 회사에서는 들은척도 안했다.

경리여직원은 억울하고 분통했다. 그렇다고 속을 까뒤집어보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충격이 너무 심해 경리여직원은 급기야 정신착란증을 일으켜 실성해지고 말았다.

해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현기증이나서 올라가지 못할 까마득이 높은 성당종탑위에 올라가서 소동을 부린 것이었다.

 

죄없는 경리 여직원에게 덧씌워진 마녀사냥식의 덤태기!

세상은 그렇게 약자인 경리아가씨를 정신불구자로 만들어버렸다.

경찰의 수사끝에 범인은 밝혀졌지만,

아가씨는 이미 정신불구자가 되어버린 뒤였다. 

약한자의 인권은 그렇게 짓밟히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인권이 유보된 댓가로 오늘의 번영이 있었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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