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땅꼬마였을 때, 나는 할머니와 함께 기거했습니다.
추운 겨울날 뒷산에서는 바람소리가 "윙윙!" 들려왔습니다. 나뭇가지에 앉은 새가 울어댔습니다.
후후후후 후후후후!
새소리는 음흉스러웠고 아주 기분나쁘게 들려왔습니다.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할머니 품을 파고들며 물어보았습니다.
"할매, 저기 무슨 새라요?"
"후후새란다."
기분나쁘고 음흉스럽게 우는 그 새가 후후새란걸 그때 첨 알았습니다.
청년으로 자라난 꼬마가 색시를 얻었습니다. 색시는 참 예뻤습니다.
5급을(현 9급) 공채시험에 합격한 새신랑은 발령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새신랑은 방랑벽이 있었지요. 예쁜 색시를 홀로두고 밤이면 놀러나가기 일수였습니다.
어느 겨울밤이었습니다. 그날도 뒷산에서는, "후후후후 후후후후!" 후후새가 울었습니다.
밤마실 나간 새신랑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기나긴 겨울밤을 지새우던 색시는 혼비백산해서 앞뒤 잴것도 없이 시어른 방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너무도 무서웠을까요. 색시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시어머님이 놀러가신 방에는 시아버님만 계셨습니다.
색시가 엉엉울면서 말했습니다.
"아버님, 뒷산에 귀신 나왔습니다!"
세월은 속절없이 흘렀습니다.
2004년 12월 31일, 공무원을 정년퇴직한 신랑은 이듬해 5월 아파트경비원으로 취업했습니다.
지구는 단 하루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자전(自轉)을 하며 태양둘레를 빙빙돌며 공전(公轉)을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신랑은 예쁜 두 손녀딸을 얻었고, 시인이 되었습니다. 시인이 된 신랑에게 어느 지인이 '문경아재'라는 필명을 지어주었습니다.
문경아제가 조경자 시인의 집이 있는 동산타운 106동을 관할하는 3초소에 근무할 때였습니다.
겨울이었습니다. 밤9홉시가 조금 넘어서였습니다.
테레비젼 앞에 앉은 문경아제는 모 방송국에서 방영하는 다큐를 시청하고 있었습니다. 강원도 어느 첩첩산중이 테레비젼화면에 잡혔습니다. "휘익!" 올빼미가 날아오더니 나뭇가지에 앉았습니다.
올빼민 울어대기 시직했습니다.
후후후후 후후후후!
'뭣이라, 저노무 자슥 올빼미가 후후새였구나! 저노무 자슥이 우리 예쁜 색시 눈에 눈물흐르게 한 놈이로구나.'
난 테레비젼 화면 속에서 울어대는 올빼미를 잔뜩 노려보며 냅다 고함을 질렀습니다.
'야아, 이 망할노무 자슥! 너 이리 내려와! 안 죽을 만큼 패딱을테니 맞고 가라. 아니면 내가 나무로 올라간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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