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눈먼 사랑, 죽어도 좋아/유명희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11. 27. 21:22

삼사월 진진해(긴긴해)에 점심 굶구는 살아도

동지슫달(동지섣달, 겨울을 의미) 긴긴밤에 임그리워 못살어

 

이 노래는 다음과 같은 황진이의 시조를 생각나게 합니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 버혀내어

춘풍 이불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론님 오시는 날밤에 굽이굽이 펴리라

 

이 두 노래는 동짓달의 긴 밤의 외로움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황진이의 시조는 우아합니다. 긴 밤을 잘라두었다가 임을 만나는 짧은 밤에 이어서 임과 오래도록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깔끔하게 감찰맛나게 그리고 있습니다.

 

정선아리랑은 비유도 현실적입니다. 끼니를 해결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점심을 굶다니요. 밥을 못 먹을지언정 임과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은 밥보다는 임이 좋다는 뜻으로 내 생명줄이 밥이 아니라 임에게 달렸다는 암시입니다.

*유명희의 「정선아리랑 길라잡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