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추운 겨울/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11. 27. 08:04

 

아침 여섯시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다.

밤새 불기가 없었는지라 초소가 냉랭하다. 온기라곤 없다.

난로를 지펴놓고, 감지기를 들고 첫 순찰길에 나선다. 지하주차장 찍고 107동 찍고,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아파트마당을 한바퀴 빙돌아보고, 감지기를 2초소에 인계했다. 그라고 쓰레기장에 아무렇게나 집어던진 그 많은 쓰레기분리수거하고 초소에 들어왔다.

근 40여 분간 바깥에 나돌았더니 꽤나 춥다. 손발이 얼얼하다.

 

언몸을 녹인 뒤 도시락보따리를 풀어본다.

밥 두 그릇과 반찬, 아침으로 먹을 백설기 한덩이가 들어있다. 엊저녁에 집사람이 마트에서 사온 것이라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다.

백설기 한 덩이를 아침으로 때우고 커피 한잔을 마신다. 따근한 커피가 목줄을 타고 내려가자 속이 훈훈해온다.

 

칼자루 쥔 사람이 해대는 폼새로보아 이 짓도 오래 못해먹을 것 같다.

하긴 아파트경비원 13년6개월 하였으니 경상도말로 신물나게 해묵었다.

나이 쉰아홉이었던 2005년 5월16일에 정년퇴직하고 이 아파트에 왔으니 경비 14호봉이다. 제일 고참 선임이다. 말이 그렇다는 얘기다. 비정규직에 선임이 어디있고 후임이 어디 있나! 목소리 크고 팔뚝힘 좋으면 그게 대장인걸.

 

올 겨울은 추울 것만 같다. 해대는 폼새로 보아 재계약은 물건너 간 것같고 그렇다고 내 성정에 빌붙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 앞으론 씀씀이 좀 줄이고 내핍하며 살자. 들어오는 수입이 없다면 궁색스럽더라도 그기에 맞춰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