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이는 우리 집 다음 다음 집에 산다.
채정이네 집은 우리 집에서 서쪽으로 어림잡아 30여 미터쯤 떨어진 학유정 가는 길목에 있다.
학유정 놀러갈 때 날씨가 포근한 날이면, 해바라기하러 대문 앞에 나와계시는 채정이 할아버지를 만나곤 한다.
채정이 할아버지는 수년 전에 중풍이와서 고생하셨으나 요즘은 많이 좋아지신 것 같다. 채정이 할아버지는 나보다 두어 살쯤 나이가 더 많아 보인다.
채정이 할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면, "예에, 안녕하세요?" 하고 반갑게 맞인사를 하곤 한다.
내가 채정이 할아버지께 늘 인사를 먼저 하는 것은 나이도 나보다 많지만 그보다는 성한 사람이 불편한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채정이는 우리 집 큰손녀딸 신우보다 한 살 더 먹은 초등학교6학년이다. 채정이는 친엄마가 아닌 새엄마와 살고있다. 채정이 새엄마는 데리고 온 자식이 없다.
채정이는 다행히도 새엄마를 잘 따르고, 새엄마도 채정이를 귀여워하는 것 같다.
언젠가, 저쯤에 앞서가는 엄마 아빠를 쫓아가는 채정이를 보았다. 엄마손을 잡고 졸랑졸랑 걸어가는 채정이는 참으로 해맑아보였다.
애노는 채정이네 멍멍이다. 우리 동네에 살고있는 유일한 개다.
애노는 걸핏하면 대문 위 조그만 옥상에 올라가서, "컹컹컹!" 짖어댄다. 낮보다는 주로 밤에 짖는다. 달밤에 짖을 때도 있다.
애노는 그렇게 심심찮게 짖는다.
개가 짖는다는 것은 지켜야할 의무를 다한다는 것이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도선생이 발을 못붙이게 견공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컹컹컹!" 짖어대는 애노의 울음소리와 함께 우리 동네 초겨울밤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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