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부지런과 바지런/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10. 6. 09:24

 

 

새벽 다섯시 삼십분,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출근길에 나섰다.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추절추절 내리지 않고 여름소나기마냥 주룩주룩 내린다.

우산쓰고 자전거타는 일은 퍽 위험하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를 좀 맞더라도 작은 우산을 쓰는 게 그래서 안전하다.

초소에 도착하니 옷이 흠뻑 젖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순찰용감지기를 들고 순찰길에 나섰다.

초소에서 지하주차장을 거쳐 708동, 707동을 한바퀴 빙 돈뒤 감지기를 인계하려고 5초소에 들렸다. 초소문은 열려있고 명선배와 동회장이 앉아있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동회장의 얄팍한 입술이 연신 달싹거린다.

아무리 밉상이래도 그래도 하늘 같은 동회장인데,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를 건넸다.

"아이고오 깜짝이야!"

겨우 한다는 소리가 그 소리였다.

나는 일흔둘, 동회장은 이제 갓 쉰이다. 이것저것 떠나서 아버지 같은 연장자가 그렇게 인사를 하면 밉든곱든, "비오는데 아침부터 고생하십니다." 라고 맞인사를 하는게 정도(正道)가 아니겠는가.

'개뿔 같이 놀라긴. 참, 바지런 떤다. 저렇게 아침부터 초소에 쪼그려 앉아 경비원 붙들어 앉히고 그 무슨 수다를 떨고 있을까. 좀 쉬게 두지. '에그, 저 인간 안보면 살이라도 찌겠다.'

동회장 평씨는 참 바지런한 사람이다. 허구한 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 동네를 살살거리고 싸다닌다. 그리곤 직원들에게 이것 저것 지시를 한다.

부지런한 사람에겐 배울 것이 있지만 바지런 떠는 사람에겐 배울 것이 없다. 사람을 성가시게, 귀찮게, 하기 때문이다.

동회장은 임기가 2년 남았는데 임기 끝나면 어쩔꼬. 입과 발, 손이 간질거려서.

젖은 옷, 난로에 말리며 비오는 날 쓴소리 한 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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