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이 허전할 땐 술 한잔 생각난다.
맘이 허전하고 가슴이 쓰라릴 땐 소주 한 잔 생각난다.
창문사이로 햇살이 저렇게 쏟아져 들어오는 이 아침나절에 술생각이 나는 것도 병이다. 뭔가 허전해서 얻어진 병이다. 노인만이 앓는 생리통이다.
몸이 많이 망가졌다.
어제 근무할 때, 너무 말랐다고 비아냥거리는 또래의 할매와 한판했다. 뚱뚱한 여자에게, "왜 그렇게 뚱뚱해. 살좀빼!" 라고하면 듣기싫어하는 것처럼 마른 사람에게 말랐다고 하면 거의가 과민반응을 일으킨다. 오나가나 이사람 저사람에게서 듣는 말이 그 말이기 때문이다.
어제, 그 할매만해도 그렇다.
너무 말랐다는 말에, "그냥 가요. 앞만 보고요." 아둔한 그녀는 말끼를 못 알아먹었는지, "잘 먹고 살좀쪄요. 몇 키로 나가요!" 라고 재차 물었다. '남이야 몇 키로가 나가던 그건 왜 물어.' 급기야 속에서 울컥하고 터져올라왔다. 해서 한바탕해버렸다.
젊은 날의 준수했던 모습은 어디가고 초췌한 노인네로 전락한 나, 내 몰골.
그러나 얻은 것도있다.
바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런 두 손녀딸, 열두 살 초등학교5학년인 신우와 여덟 살 일학년 시우는 세월이 내게 안겨준 선물이다.
그런 두 손녀딸 바라보며 세상살아가는 보람을 느낀다.
"으라차차!" 힘차게 살자.
저 경비아저씨는 10여 년전의 내모습이다. 그래도 그 땐, 봐줄만 했다.
사진 속의 꽃동산은 2대꽃동산이다. 지금처럼 화려하지 않은, 시골색시처럼 순박한 모습의 2대꽃동산이다.
삼십대 후반 어느 해 봄날, 가족과 이웃이 모여서 박은 사진이다. 저 젊은 이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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