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준호는 올해 열아홉, 고등학교 3학년이다.
처음 만났을때 준호는 일곱살, 동네에서 이름 꽤나 날리던 개구쟁이었다.
십이여 년전의 일이었으니 2006년 봄 어느 날이었다. 당시엔 아이들이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았다.
개구장이 준호가 세발자전거를 타고 앞도 옆도 살피지 않고 쌩쌩 경비실 앞을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끼익!" 자동차 브레이크 마찰음이 들렸다. 마을로 올라오던 택시가 마구 달려 내려가던 준호의 세발자전거와 부딪힐뻔 했던 것이다. 준호의 세발자전거를 미리 발견한 기사아저씨가 그렇게 급정거를 했다.
운전석에서 뛰어 내린 기사아저씨가 "요노무 자식!" 고함을 지르며 발을 치켜들었다 내려놓았다. 꼬맹이를 걷어찰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으리라.
"휴우! 십년감수했네." 기사아저씨가 가슴을 쓰러내렸다.
준호 동네에 있던 2초소에서 산동네, 3초소를 거쳐 2012년 11월에 1초소로 내려왔다.
어느 날 오후 마트 앞에서 학교에서 돌아오는 준호를 만났다. 어느새 준호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있었다.
나를 본 준호가 "아저씨, 잠깐만요!" 하며 마트로 뛰어갔다. 잠시후 마트에서 나오는 준호 손엔 켄커피 한통이 들려 있었다.
"아저씨, 이거요." 준호가 내미는 켄커피는 따끈따끈했다.
"준호야, 잘 마실게."
눈물이 핑돌았다. '자식 참 많이 컸네.'
준호가 사고를 쳤다고 한다.
엄마와 이웃 집 아줌마가 쌈하는 것을 본 준호가 이웃 집 아줌마를 밀쳤다고 했다. 이웃 집 아줌마는 다쳤다고 한다. 어디를 얼만큼 다쳤는지는 모르지만 준호 엄마가 100만 원을 건네주고 합의를 했다고 한다.
그 일이 있었던 며칠 뒤 준호 엄마를 경실실 앞 외곽도로에서 만났다.
"준호 엄마, 뭐가 어떻게 됐는데."
준호 엄마가 대답했다.
"아저씨, 아이들이 어디 공짜로 크나요. 돈 100만 원, 성장료라고 생각할래요."
'그래, 준호 엄마 성장료!'
우린 서로 쳐다보며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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