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宿命)/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4. 6. 19:07

한잔술을 마신다

먹다남은 술병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매실나무 아래에 남은 술을 쏟아붓는다

빈병이 바람에 날아간다

 

한잔

두잔

석잔까진 마실 수 있다

좋으련만

 

뱃속의

간과 위

창자가

손사래를 친다

더 이상 내려보내면

당신과는

한 하늘 아래에 같이 못산다고 협박을 한다

 

망할노무 자슥들

없는 집에 태어났으면

주는대로 먹고 마실일이지

찬밥 뜨신밥 따지긴 왜 따져

웬수같은 노무 자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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