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수호천사 집배원 아저씨/김경희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2. 26. 16:20

 

 한동네 살던 남자와 연애를 했어요. 아버지가 아실까 봐 밤중에 몰래 만나 연애편지를 주고받았지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들통 났고, 아버지는 외출금지령을 내리셨어요. 전화조차 없던 때라 애만 태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동네를 오가던 집배원 아저씨가 따라오라며 손짓하셨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따라가니, 아저씨는 누가 볼세라 이리저리 살핀 뒤 편지 한 통을 건네주셨습니다. 연락할 방법을 찾던 친구가 잡배원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었습니다. 무척이나 반가운 편지였습니다. 아저씨는 몇 번이나 우리 집 주위를 배회하다 돌아갔다면서 싱긋 웃으며 말하셨습니다. "앞으로 편지 보낼 일 있으면 내가 지나가는 시간에 저 아래 성황당 앞에서 가다려요. 잘 전해 줄 테니."

 그 뒤, 물 길러 가는 척하며 아저씨를 만났어요. 아저씨도 부모님 반대에 힘들었지만 누군가의 도움으로 결혼할 수 있었다며 용기를 잃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편지 받고 좋아하는 내 모습을 보며 "참 좋을 때네요." 하시던 아저씨.

남자 친구가 직장을 잡고 청혼할 때까지 우리를 변함없이 도와주셨던 아저씨는 분명 수호천사였습니다. 아저씨가 아니었다면 우리 사랑도 영글지 못했겠지요. 얼마전 아저씨가 고향 마을에 사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저씨, 꼭 찾아뵐게요. 그땐 정말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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