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자작시 박꽃을 낭송하다/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12. 21. 10:53

 

 

 

 

어젯밤 여섯시에 벨리나웨딩홀 2층연회장에서 죽계구곡문학회가 주최하는 시낭송회가 열렸다.

조퇴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옷갈아입고 행사장에 도착하니 일곱시가 거의 되었다.

프로그램을 보니 내 시, '박꽃' 은 차례가 네번째였다. 어느 문우가 영시를 낭송하고 있었다.

마지막 낭송입니다. 문경아제 김동한 시인님의 자작시 '박꽃' 입니다.

호흡 고를 사이도 없이 연단에 올라섰다. 흥얼흥얼 나홀로 낭송은 수없이 해봤다. 그러나 나이 일흔을 넘길때까지 수많은 청중앞에 서서 낭송을 해보긴 머리에 털나곤 처음이었다.

 

 

박꽃

 

ㅣ김동한ㅣ

 

소년이 태어 나던 날 밤

소년의 집 초가지붕에는

하얀 박꽃이

피었습니다

 

청년으로 자라난

소년이

장가가던 날 밤

소년의 집 마루에는

곱디고운 청사초롱이 걸렸습니다

 

꽃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할아버지 가슴에

하얀 박꽃이 피었습니다

그 옛날

소년이 태어나던 날 밤처럼

하얀 박꽃이

피었습니다

 

예쁜 두 손녀딸이

예쁜 두 손녀딸이

할아버지 가슴에

할아버지 가슴에

새하얀 박꽃을

피웠습니다.

 

낭송을 끝내고 자리에 돌아오자 사인공세가 몰려들었다. 너도 나도 책을 들이밀며 박꽃에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시 '박꽃'은 내인생 여정을 박꽃속에 흡입시킨 자전적 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