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물따라

안동병원에서/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11. 13. 16:16

 

 

 

 

 

 

 

 

"차랑이 너 그기 안 서!"

꼬맹이가 뭘 사고치고 도망가는지 아이엄마가 "꽥!" 고함을 지르며 아이 뒤를 쫒아간다.

놀면서 싸우며 울고, 그렇게 시끌벅적하게 커가는 게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조용하면 탈이 난 거다.

간호사 아가씨가 빈 휠체어를 끌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어이 오랜만일세."

누군가 손을 내밀었다. 박호원이었다. 옛날 수도사업소에 함께 근무했던 동갑내기 박호원이었다.

못본지 10년은 된 것 같았다. 반가웠다.

"그래, 참 오랜만이네."

"그래 우예 그리 안 보이노!"

"서로 연락을 안 하니 그렇지. 그렇다고 중간에 고리역활하는 사람도 없고."

"그런데 왠일인가?"

"집사람 백내장 수술받으러 왔다네. 자넨 어찌 왔는가?"

"난 집사람 무릎이 안좋아 왔다네."

"그런가! 근데 자네는 몸이 아주 좋아졌네. 요즘도 술먹는가?"

"그럼 먹고 말고지. 잘먹지."

친구는 볼일을 다보았다며 영주로 올라간다고 했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었다.

병원은 그렇게 뭇사람들이 서로 뒤엉겨 사연 남기고 인연엮어가는 곳이다. 환우님들의 쾌유를 기원해본다.

'하루속히 쾌유하소서. 훌훌털고 일어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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